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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칼럼] 업어서 등교시킨 우정
김영진 성남고 24대 총동문회 회장
 
성남포커스 기사입력  2021/01/07 [09:07]

먼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에 구멍이 나 침몰할 때에 하나 밖에 없는 구명조끼를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지만, 이 두 사람은 분명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재형 그는 56년 창원에서 태어났다. 서울 신촌으로 이사와 아버지 최영성 육군대령이 신촌교회 신도로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다리 장애가 있는 강명철을 만났다. 둘은 동갑이나 학년은 최재형이 한 학년 높았다. 최재형이 경기고에 먼저 다니고 있었다. 재형은 명철을 경기고에 입학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감당할 수 없는 미래가 재형을 기다릴 것이다. 솔직히 친구를 업기 싫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친구의 체온이 자신을 삶아 버릴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기도에 더욱 매달렸다.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셔 명철이도 경기고에 입학하게 됐다. 중학교 때까지는 명철이 어머니가 업어서 등교시켰지만, 일어 설 수 없는 몸으로 만원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해야 하는 명철에게 재형은 둘이 한 몸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하느님이 자신에게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명철이를 업고 등교했다. 어느 날 하교 할 때 등에 업힌 명철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어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등에서 실례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둘은 젖었다. 둘은 마음도 젖었다. 이제 그만해도 너를 욕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은 명철의 눈도 젖었다. 그런 명철을 재형은 부둥켜안았다. 오물은 수돗물에 씻겨나갔다. 그러자 그들의 우정이라는 보석이 더욱 빛났다. 다 큰 고등학생을 업고 다니기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들은 업은 사람이나 업힌 사람이나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서울대 법대에 동반 합격했다. 그리고 81년에 나란히 사법고시에 패스했다. 최재형은 인간애를 실천하고, 명철은 재형을 통해 세상을 너그럽게 보는 삶을 사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재형은 고교, 대학, 사법연수원기간까지 친구의 반쪽이 되어 살아갔다. 최재형은 친구를 위한 궂은일과 교회봉사활동도 헌신적이었다. 재형의 부인 또한 부창부수라고 고아원 봉사활동을 했다. 거기서 핏덩이 고아를 돌보다 정이 들어 입양시켰다. 입양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최재형과 강명철은 서로 실망 하지 않고 격려하며 두터운 우정을 지키며 관중과 포숙아처럼 관포지교가 되었다.

 

그런 사람인 최재형은 현재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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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07 [09:07]   ⓒ 성남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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