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있는 나는 75세 김미숙 할머니입니다. 앞에 서 있는 간호사는 고미숙 선생님입니다. 밉지는 않지요. 나이는 35살입니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오늘은 내 마음을 몰라주고 팔을 아프게 잡아당깁니다. 같이 물리치료실로 내려가기로 했거든요.
지난 내 인생은 맵고, 짜고, 쓰라린 세월을 보냈습니다. 고 선생은 그런 인생을 안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 노인들 질환은 한 가지 병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수가 많습니다. 노인은 신체가 약해지기 때문에 곳곳에 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노인의 질병은 한 가지 증상만 보지 말고 몸 전체의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젊은 사람과 노인을 비교했을 때 체력과 증상 등에서 개인차가 크다는 것도 노인성 질환의 특징입니다. 신체의 자연치유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병이 쉽게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슬픈 육체인 거지요.
고 선생과 엘리베이터 안에 있습니다. 얼굴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회색빛으로 변한 것 같아요. 분명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미숙아”
“왜요?”
“김 서방이 또 바람피우면 그만 살아라.”
“......!!”
고 선생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있겠죠.
“미숙이란 니 이름도 내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나도 눈물이 납니다. 배려가 없었던 남자와 살았던 50년 세월! 우리 막내 딸 만큼은 맵고, 짜고, 쓰라린 세월을 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만.
“니가 그랬잖아. 이럴 때는 일단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 번 시작해 보라고”
울먹이는 소리로 미숙이가 대답합니다.
“누가 누굴 돌봐주는 건지 모르겠네.”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습니다. 우리는 복도로 나섰습니다. 또 바람이 불어오는 군요.
우리 딸은 씩씩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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